환기미술관 작은 특별전 《표지화여담表紙畵餘談》은 김환기의 책에 대한 관심, 즉 장정과 삽화에 대한 지속적인 작업과 애정을 살리고자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를 비롯한 근대 화가들(김용준, 이중섭, 이규상, 장욱진)의 장정과 삽화 귀중서본을 전시합니다.
김광섭 시時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붙인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에서 알 수 있듯이, 김환기의 예술에 있어 문학은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1948년 해방 전후에는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어울렸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김환기는 1939년에서 1972년에 걸쳐 장정과 삽화를 꾸준히 제작합니다. 김환기는 항상 책의 치수를 재어 책과 같은 크기로 구도를 잡고 채색을 하는 정교한 작업을 하였고, 단행본의 경우 책의 앞뒷면 표지가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되도록 작업하였습니다. 또한 그림뿐 아니라 문필에도 재주가 있어 서울과 파리, 뉴욕에서 작업하는 틈틈이 한국의 잡지와 신문에 수필과 편지 등의 글을 보내어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김환기의 장정과 삽화는 부산 피난시절에서부터 서울 성북동 자택, 파리와 뉴욕의 생활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편린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작은 책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김환기의 장정과 삽화는 즉흥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작품에 임하는 태도로 그려졌으며, 때문에 시대에 따른 김환기 화풍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합니다. 또한 이번 전시는 김환기와 예술적 교감을 나누었던 근대 화가들, 김용준, 이중섭, 이규상, 장욱진, 백영수의 장정과 삽화 인쇄물을 전시함으로써 1940년대에서 70년대 문인과 화가들의 문필과 장정, 삽화 작업을 통한 다양한 교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