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혜 작가 개인전
《K-거리 정물 K-STREET STILL LIFES》
2023 환기재단작가전
2023년 8월 16일 – 9월 20일
“*기언이는 5분 거리 어린이집을 반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다. 길거리의 풀 한 포기, 그 옆의 또 다른 잡초 한 뿌리, 갖가지 꽃들, 호박나무(포플러 나무의 잎사귀가 호박잎같이 생겼다고 붙인 기언이 식물 명명법), 솔방울, 까망 열매, 빨강 열매, 돌맹이, 개미, 잠자리, 무당벌레, 달팽이 알…들을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곤 ‘너 참 예쁘다!’ 또 한걸음 가선 ‘너도 참 예쁘다!’며 행복하게 쓰다듬고, 감탄하고는 호주머니에 혹은 조그만 손바닥에 보관했다가 나름의 정물 구성으로 늘어놓고 보여주는 것이 두 살도 채 안된 이 아이의 매일 매일의 일과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모임은 통제되고, 계획되어 있던 전시조차 취소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작가 격리”를 하던 터에 수년에 걸친 기언의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을 옆에서 보아오면서, 작가 또한 식물에 관련된 수업도 듣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찾아보면서 기언이 “못지않은” 지식도 어느 정도는 축적하게 되었다. 식물들의 이름을 알아가면서 그동안 찍어 왔던 “길거리의 꽃”들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이름 없는 꽃들이 아니라 들여다볼수록 개별성을 가지고 존중해야하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잡초라고 생각 없이 뽑아버리던 미미한 풀조차도 어린아이의 눈에는 경이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오가는 거리에서 이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꽃, 풀, 나무, 벌레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별것 아닌듯하면서도 황홀한 모습에 “기언이처럼” 감탄하였다. 그러면서 문득 수 백 년 전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살았던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를 떠올렸고, 그때 사임당 신씨가 느꼈을 법한 평범한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시공을 초월해 현대에서 재현해보고 싶었다.
“K-거리 정물”은 작가의 세 번째 정물 시리즈다. 앞서의 두 정물 시리즈와는 달리 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들을 합성하여 새로운 화면을 구성한 것이다. 한 공간 안에서 포착하기 쉽지 않은 벌레나 새와 같은 초충도의 요소를 직접 촬영하거나 빌려와 가상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한국 전통화에서 쓰이는 낙관을 우리의 전통 색깔인 색동으로 대치하여 작품의 마무리를 했다. 작품의 제목 중 “K-”는 과거의 전통에 작가가 보내는 우리 시대의 오마주다.
이번 전시에는 “K-거리 정물”과 병행하여 작업하여 왔던 자개 작품들 중 사진 시리즈와 맥락을 같이하는 일부의 작품들과, 우리의 전통 색동을 염두에 두고 칠하여 쌓아올린 색색의 나무 쟁반들, 그리고 기언과 함께 키우고 보면서 감탄했던 호박들을 사진에 담고, 오브제로 만들어 함께 보인다.
*기언이는 곧 다섯 살이 될 작가의 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