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환기미술관 소장품은 뉴욕 환기재단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로 1992년 서울 환기미술관 완공 후 기증되어 미술관 소장품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약 2,500여점에 이르는 김환기와 국내외 중견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김환기 작품은 활동 시대와 부문별 중요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캔버스에 유채

김환기 유화의 경우 도쿄에서 아방가르드 운동의 선봉에 서며 완성한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인 <집>(1935)부터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하였던 <섬의 달밤>(1959>, 자신만의 추상미술을 완성하고 별세 전 완성한 마지막 작품 <7-VII-74>(1974)까지 소장되어 있어 새로운 발견과 작품이 변화하는 시기마다 중요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환기미술관만이 소장하고 있는 3m에 달하는 뉴욕시대 대형 점화들은 작품 규모와 구성면에서 유일하며 환기미술관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종이에 유채

김환기 뉴욕시대(1963~74)에 신문지나 한지위에 1960년대 후반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1960년대 십자구도, 사방구도, 상징도형 시리즈와 1970년대 ‘점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연도별 추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들이다. 특히 김환기는 “다디미질을 한 것처럼 윤이 난다”고 매끈한 신문지 위에 반짝이는 유화물감의 텍스추어에 재미를 느꼈다고 부인 김향안은 기록하고 있다. 타국에서의 힘든 작업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연구하였음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드로잉

약 2,000여점에 이르는 김환기의 드로잉들은 작가의 내밀한 기록인 동시에 김환기 예술세계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환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6.25전쟁 시기의 드로잉들은 고단한 현실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김환기의 성정을, 1960~70년대 뉴욕에서 그려진 드로잉들은 끊임없는 실험과 연습으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며 전면점화로 불리는 명상과 숭고의 추상세계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슈

다양한 종이 위에 그린 과슈화들은 김환기 고유의 직감적이며 감각적인 예술세계를 잘 드러낸다. 불투명 수채물감인 과슈는 김환기의 파리시대(1956~59)에 시작되어 6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특히 1960년대 초기의 과슈 산월 그림들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자세히 드러내는 한편 캔버스에 작업을 옮기기 전의 즉흥적 구성을 흥미롭게 보여주기도 하며 김환기 창작과정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오브제

1960년대 중반 뉴욕에서 제작된 오브제 작품들은 김환기가 얼마나 다양한 미술 장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는지 잘 설명한다. 주로 달 항아리나 제기의 형태를 하고 있어 애완하던 도자기의 손맛을 그리워했음을 짐작케 하며, 무엇보다도 평면 회화에서 머물지 않고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다양한 색을 채워 넣는 등 새로운 예술에 대한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콜라주

김환기의 콜라주는 뉴욕에 체류하던 1960년대 중후반 주로 제작되었으며 생활주변의 다양한 종류와 재질의 종이를 오리거나 찢고 덧붙여 구성하는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산과 달의 형태도 있지만 순수 조형적 실험의 구성들이 눈에 띈다. 또한 종이를 겹겹이 붙이거나 한지를 손으로 찢어 단면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용하거나 콜라주 위에 유화나 과슈 물감으로 점화를 시도 한 작품도 발견되며 김환기 작품 군에서도 형태나 기법 면에서 자유롭고 독창적인 시도가 더욱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편지그림

그림 재주 못지않게 글 솜씨가 뛰어났던 김환기는 글과 그림을 넘나드는 창작력을 한껏 드러내는 편지그림들을 남겼다. 그의 따뜻한 심성이 드러나는 편지그림들은 섬세하고 정겨운 작가의 눈길 그대로 김환기 예술세계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의 감동을 선사한다. 환기미술관 소장의 서신들은 김환기의 부인이자 정신적 동지, 창작의 뮤즈였던 김향안에게 보낸 편지들로 서로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과 애정 가득한 동화 같은 그림부터 작품에 대한 계획까지 다양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