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환기재단 지원 작가전
박지하 《몽환夢幻 풍경》
나의 작업에는 ‘풍경’ 이라는 일련의 이름이 붙여지지만, 일반적인 풍경화의 공식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풍경’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우연한 대상들과 연결되면서
또다른 시선을 통해서 온통 모호한 형상들로 흩어진다.
이곳은 이 세상의 어느 장소도 아닌 보는 이의 상상과 해석에 따라 의미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며,
오직 변화하고 소멸하는 에너지와 초현실적 풍경들이 만나 독특한 일루젼을 일으키는 비정형의 공간이다.
박지하
수화樹話 김환기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설립된 환기재단과 환기미술관은 고유의 시선과 감각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확장해 나가는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환기재단 지원 작가전』은 이러한 취지에서 창조적인 잠재력을 바탕으로 예술 세계를 성실히 구축해 온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며,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예술은 언제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김환기가 평생에 걸쳐 탐색했던 자연의 본질과 내면의 울림처럼, 오늘의 작가들 또한 삶의 감각, 기억과 사유를 겹겹이 쌓아가며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를 직조합니다. 이러한 창작의 과정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동시대의 감수성과 호흡하며, 끊임없이 예술의 새로움을 모색하는 장이 됩니다.
이번 2025년 환기재단 지원 작가전을 통해 소개되는 《몽환夢幻 풍경》은 작가 박지하가 수행하듯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내면의 사유의 풍경을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어쩌면 하늘의 뜻을 가늠해 볼 수도 있을 나이에 접어든 그의 작업은 삶의 경험과 감각의 흐름이 응축되어 화면 위로 꿈결처럼 펼쳐집니다. 감각과 무의식, 존재의 잔상이 자유롭게 흐르며, 고정된 재현을 넘어 유동하는 시각적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연필, 오일,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가 화면을 유영하며 남긴 흔적들은 형상의 완결을 지향하기보다 감각의 여운과 결을 담아내고, 관람자는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따라 스스로의 이미지를 완성해 나갑니다.
박지하의 작업은 김환기 화백이 일생을 두고 탐색한 예술의 본질 — 사물 너머의 울림과 시적 직관 — 에 대한 동시대적 응답이자 확장된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환기재단과 환기미술관은 이러한 그의 예술적 사유와 실험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응원하며, 앞으로도 그와 같은 작가들을 발굴하여 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혀갈 것입니다.
한 해의 절정으로 향하는 여름, 지금 이 계절처럼 무르익어가는 그의 작업과 나란히 흐르는 시간 속에 펼쳐지는 이번 전시가, 관람자의 시선 안에서 또 다른 꿈과 환상, 우리 저마다의 ‘몽환의 풍경’을 그려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