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환기미술관 특별기획전 ≪수화 김환기가 만난 사람들1≫에 참여하는 정문규과 석난희는 김환기의 미술대학 재직 시절 제자이며, 한용진과 문미애는 김환기와 뉴욕시절을 함께한 이들이다. 정문규는 1960년대 견고하고 침잠하는 깊이를 지닌 추상작업에서 출발하여 근작에 이르러 원색의 강렬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자연 풍광과 화훼류의 자유분방한 표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석난희는 흑색과 청회색 등 한정된 단색조의 화면에서 자유로운 선획들을 무질서하게 움직이며 우연의 하모니를 펼치고 있다. 문미애는 철저히 형태를 재현하고자 하는 유혹을 멀리하고 깊어진 색감과 터치로 그의 청년기, 앵포르멜 운동에 동참하던 자유정신에 입각한 화면으로 평생 일관하며 작업하였다. 그리고 한용진은 돌에 새겨진 작은 흔적들을 가감 없이 관찰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돌 자체에 내재된 시간의 흔적과 에너지를 밀도 있으면서도 조용한 형태로 작업하고 있다. 이들 작업 정신의 공통점은 모두 1960년대 한국의 뜨거운 추상운동, 앵포르멜의 전위에 동참하거나 동조하였다는 것이다.
김환기를 비롯한 한국 추상미술 1세대들의 발고의 노력과 당시의 청년문화가 만들어낸 한국적 앵포르멜 운동에 이들 후진들이 동참하거나 향후 작업의 초석으로 삼은 것은 학제와 세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아닐 수 없다.